영원한 군인가족-군대 동기회 참관기(문정은)

영원한 군인가족-군대 동기회 참관기(문정은)

박경화의 노병의 독백

영원한 군인가족-군대 동기회 참관기(문정은)

0 2,354 2004.04.14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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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하늘엔 흰 구름이 떠다니는 햇빛 따사로운 늦가을 맑은 공기 속에, 선정능 광장에서 남편의 장교 임관 40주년을 기념하는 동기회 모임이 있다고 한다.
  부부 동반인 줄 알고 선정능에 가보니 여자는 나 혼자뿐이어서, 되돌아 나오다가 정국영 씨를 만나 다시 끌려 들어간다.
  옛날에는 부끄럼을 많이 타는 나였지만, 지금은 남자들이 모이는 자리에도 부끄럼을 모를 만큼 탈바꿈을 하였다.

  오명진 씨 사회로 회의는 시작된다. 며칠 전에 전역한 정육진 장군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총무 직을 맡고 있는 오명진 씨와 전임 총무 정국영 씨 수고로 푸짐한 점심 준비가 되어있고, 정육진 장군의 퇴역기념 타올도 준비되어 있다.
  며칠 전 TV 화면을 통해서 정육진 장군의 전역 내용은 알고 있으나,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8세 때 학도병으로 군에 들어가서 김석원 장군 밑에서 6.25사변 중 치열했던 안강전투를 치르며, 창군 이래 가장 오래도록 군복을 입었던 분이 정육진 장군이며 충남 예산땅에 정착했다고 하는 데, 그 고장이 우리 고장 예산이니, 더욱 정감이 간다.
  모두들 즐거운 표정으로 사회인으로 새 출발을 하는 정 장군의 앞날에 행운이 있기를 비는 따듯한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나무 그늘 아래 둥그렇게 둘러앉아 준비된 도시락과 과일, 맥주와 소주를 마시며, 후보생 시절의 이야기와 살아가는 이야기로 분위기는 무르익는다.
  28명이 모였는데 총무인 오명진 씨가 일어나서 말하기를, 유근태 씨는 80이 넘은 모친이 위독해서 못 나온다는 전화가 왔다고 한다.
  이근유 씨가 지각을 하고, 연세대의 이용근 박사가 늦게 왔으며, 양덕재 씨는 대전에서, 멀리 광주에서 동기회에 참석한 분도 있다.
  종친회가 선정능에서 있어 두 장소를 오가는 사람도 있고, 동기생 중에는 이대갑 씨가 66세로 가장 나이가 많고, 재향군인회 조직국장으로 있는 조치헌 씨가 58세로 가장 어리다.
  김순환 씨는 전주 MBC 방송국의 사장을 역임하고, 군에서 경찰로 옮겨 총경까지 승진하여, 경상북도 여러 경찰서장을 역임한 박범재 씨도 있는 데, 김순환 사장이나 박범재 서장이나 두 분이 다같이 정년으로 퇴직하여 취미 생활로 노후를 즐긴다고 한다.

  육군보병학교를 졸업할 때, 교장이 최석 장군이다, 정내혁 장군이다 하고 입씨름을 하다가 최석 장군으로 결론이 나고, 정내혁 장군은 부교장으로 낙착된다.
  연대장은 배불뚝이 김웅백 대령, 중대장은 이운준 대위로 기합 받던 숙영지의 첫날밤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한쪽에선 김순환 씨의 재담이 흘러나온다. 시골 여인이 금반지를 자랑하고 싶어, 이마에 손을 대고 머리가 아프다고 손가락에 낀 금반지를 자랑하고, 쌀가게로 가서는 “이 쌀 한 되에 얼마요” 하고 가운뎃손가락으로 가리키니, 금니를 한 가게 주인이 손으로 입술을 제치며, “2천 원이오”라고 대답하고, 자기 이름은 “이닷돈이오”라고 하더라는 재담으로 모두가 웃는다.          

  마냥 후보생 시절이 계속된다면 오래도록 젊음을 간직하련만 늙는다는 것은 마을길이 없는가보다. 안기부에 있는 이윤선 씨는 부인이 나하고 여학교의 같은 반이라 서로가 만나면 마음에서 울어나는 인사가 오간다.
  정국영 씨는 어디를 가나 밝은 얼굴로 봉사 활동을 하는 분이다. 문득 남편이 뇌출혈로 쓸어져 병원에 입원 시에 문병 차 병원에 왔다가 남편을 안고서 화장실로 가서 목욕을 시키던 일이 생각난다.
  군대 동기생들이 옛날을 생각하고 추억을 더듬는 일이 옆에서 보아도 정감이 간다.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다음과 같은 시를 읊어본다.

               동기회 참괸기

파란 유니폼과 단단한 군화 속에
젊음은 약동하고,
뜨겁게 끓는 피는 애국으로 승화하여
조국을 구하고 탱크의 쇳물은 녹이네.

젊은 날의 고생과 훈련이
희생과 보람을 담아 웃음으로 돌아오고.
흰 머리 주름진 얼굴엔
동기애가 가득한 데,

갑종간부 57기의 무궁한 발전을 빈다.

(1993. 9. 19.  서울 논현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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