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경남 아파트 10단지 노인정 회원 26명과 에이스 노인정 회원 18명 등 도합 44명이 탄 광광버스가 춘계 관광을 위해서 충남 서산의 안면도로 향한다. 해 뜨기 전이라 안개가 짙어 앞이 안보이더니 차츰 안개가 겉이며 쾌적한 자연의 모습을 드러낸다.
5,6명의 부녀회 회원들이 자청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관광 나들이를 보살펴 드리기로 하고 같이 동승한다. 차 속에서 떡과 고기, 음료수를 나르고, 운전기사의 일정 안내에 뒤이어 은은한 고전음악이 차 속 가득히 흘러 퍼진다.
아파트 관리소 앞을 떠난 관광버스가 서산을 향해 40분쯤 달리는 데, 할머니 2명이 차멀미 때문에 비상이 걸린다. 다행히 내가 가지 고 간 멀미약을 주니 차멀미가 가라앉고, 차 속 분위기가 명랑을 회복하니 내 준비성이 돋보인다.
아파트를 떠난 지 1시간이나 되었을까, 서울 도심을 달리던 관광버스는 우측으로 돌아 고속도로로 진입하자, 우리 부녀회원들은 분 주하게 고기 안주에 진로 소주를 돌린다.
이제는 일손을 놓고 무료한 시간을 달래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인 데도, 관광 나들이를 한다니까 모두가 어린 소년. 소녀의 기분으로 돌아간다. 어느 할머니가 은은하게 흐르던 고전 음악을 신나는 현대 음악으로 바꾸라고 성화다.
관광버스가 화성 휴게소로 다가가니 “서해안 시대”라는 간판이 관광버스를 맞는다.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로 갔는데, 줄서있는 사람이 100명도 넘는 데, 모두가 노인들이라 고령화시대라는 것을 실감한다.
용변을 보는 짧은 시간인데도 상인들은 재치 있게 차 속으로 들어 와서 물건을 판다. 노인들에게 인삼향기 뿜는 “파스”를 한 장씩 돌리는 데, “파스”의 필요성을 절감한 노인들이 가족을 위해서 한 갑씩 주문하니 상인은 돈 받기가 바쁘다.
10시에 휴게소를 떠나 서산을 향해 달리는 데, 세계에서 9번째 로 길다는 서해대교를 지난다. 길이가 7,3Km에 수상 380m, 지상 503m의 철탑은 45개의 난간을 가교(架橋) 없이 쇠줄을 공중에 있는 철탑에 결착(結着)시켜 다리의 중심을 유지한다고 한다.
평택항에는 동남아 선적의 배가 드나든다고 하는 데, 아파트 11층 높이에 3개동을 합친 넓이의 배도 드나든다고 한다. 평택은 육지로 만 알고 있던 나는 항구가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중산마을을 떠난 지 2시간 만에 충남 아산 으로 들어선다. 바다를 가로 질은 서해대교의 공사 현장은 못 봤지 만 거대한 철교를 가설한 신공법에서 국력을 실감한다.
공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서 섬을 3억원에 사서 그곳에서 거주하 는 사람을 딴 곳으로 이주 시키고 공업단지를 조성했다니, 역사 는 그렇게 이루어지나보다.
달리는 차창 밖의 풍경은 푸른 데, 아직 농사일은 시작되지 않았 다. 금년은 비가 자주 와서 농사는 풍년이 들 것 같다고 한다.
윤봉길 의사를 배출한 예산과 더불어 김좌진 장군을 배출한 충절 의 도시 홍성을 지나 고 정주영 씨가 폐유조선으로 물마기를 하였 다는 간척지에 도착하니 11시 10분전이다.
제방을 거닐며 간판에 그려진 물마기 현장을 상상하고, 11시 30분 에 안면도를 향해서 관광버스는 출발한다. 도로 변은 꽃으로 곱게 단장 되어 있는데, 2002년 꽃박람회를 계기로 서산지역엔 꽃이 많아 졌다고 한다.
서산은 산천이 아름다워 송림공원이 유명하지만, 송림공원 뿐 아 니라 멀고 가까운 산들이 모두 아름다운 녹색 공원이다. 안면도 관 광을 마치고 귀로엔 갈월도를 빠져나와 다시 안면대교를 지난다. 창가를 스쳐지나가는 밭엔 마늘과 담배, 생강이 자라고 있으며, 현 대 건설이란 간판이 뒤로 흘러간다.
수덕사를 지나 한국고건축(古建築)박물관(충남 예산군 덕산면 대 동리)에 도착한 시간은 16시 30분이다. “전흥수”라는 사람이 평생을 목수로 살며 전국의 크고 작은 사찰을 보수해 왔는데, 노년에는 무형문화재 “대목장”이 되어, 사재를 털어서 고건축박물관을 세웠다고 한다.
제1전시관과 제2전시관이 있는데, 전국의 180개 사찰을 축소 (縮 小) 전시해 놓았다. 제1전시관이 200평, 제2전시관이 100평인데, 목 재로 된 옛날의 목조 건축물과, 철과 세멘트로 된 회색의 근대 건축 물과는 좋은 대조가 된다.
고건축박물관의 관람을 마치고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도착한 시 간은 19시다. 꼬박 12시간을 관광에 소비했지만 모두의 표정은 희열(喜悅)과 만족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