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애 도쿄 ‘아사쿠사’ 역에서 전철을 타고 2시간 만에 목적지인 ‘후치하라’ 역에 내리니 ‘후쿠마츠’ 온천호텔의 ‘스즈키마츠지로’ 사장이 승용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와 있다.
날씨는 포근한 데 계속 함박눈이 내리는 저녁 때, 우리 부부는 후쿠마츠 호텔에 짐을 풀고, 근처 한국 음식점에서 씨래기 국에다 진로 소주를 곁들이며 저녁 식사를 든다.
일본 식당에서 일본 음식을 먹고 싶었으나, ‘스즈키’ 사장은 한국 사람이라 한국 음식점으로 안내하니, 나 개인의 욕망을 말할 수는 없다.
우리를 접대하면서 숨을 헐떡거리는 '스즈키' 사장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건강이 좋지 않은 데도 불고기를 좋아하고 술을 마시니, 걱정이 앞선다. 호텔로 돌아와서는 2시간을 전철을 타서 그런지 피로감을 느껴서 일찍 잠자리에 든다.
1987. 3. 9.
일본에 와서 며칠이 지났지만 전통적인 의상인 ‘기모노’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 데, 밖에 나와서 손님의 시중을 드는 ‘스즈키’ 사장 부인이 ‘기모노’를 입고 나왔기에 ‘하카마’와 허리띠, 흰 버선과 신발인 조리를 자세히 관찰할 수가 있었다.
‘후쿠마츠’ 호텔에 투숙한 손님들은 대부분 여자들이며, 온천과 향락 여행을 겸한 나들이길 손님들이다.
모두가 일본 전통의 ‘기모노’를 입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무슨 행사나 잔치가 있을 때만 ‘치마저고리’를 입으니, 일본에서도 같은 현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닉코’를 중심으로 ‘기누카와’ 일대가 일본의 관광지요, 온천지요, 깊은 산속의 휴양지다.
1987. 3. 9.
호텔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우리 부부는 ‘스즈키’ 사장이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닉코’ 관광길에 나선다.
포장된 아스팔트 눈 위를 달리는 ‘스즈키’ 사장의 운전 솜씨도 대단해서, 육중한 몸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얽힌 전설과 설화를 설명하면서 관광 명소인 ‘도쇼쿠’로 향한다.
계절은 봄철로 접어들었지만 어제 내린 눈으로 하얗게 덮인 ‘아스팔트’길은 발자국 하나 없는 시골길이다.
관리사무소에 들린 우리 일행은 인사를 교환한 후에 ‘신관’인 ‘아오야마’ 씨의 안내를 받으며, ‘도쇼쿠’의 사원을 관람한다. ‘도쇼쿠’의 주요 건물은 ‘신뎅(神殿)’과 ‘요메이몽’, ‘가라몽’이 중심이라고 하며, 주요 상징물로는 ‘이네무리네코’(졸고 있는 고양이)와 ‘3사루(3마리 원숭이)의 조각 그림이라고 신관은 설명한다.
‘도쇼쿠’에는 일본의 역사가 있고, 신이 있으며, 이야기가 있고, 형이 상.하학적 요소를 두루 갖춘 볼거리가 많아서, 좀 더 많은 곳을 감상하고 싶었으나, 다음 목적지로 떠날 시간에 쫓겨 아쉬움을 남긴 채 ‘도쇼쿠’를 하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