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족 보
족보는 시조(始祖)로부터 역대 조상의 얼이 담긴 귀중한 보감 (寶鑑)이므로 가보(家寶)처럼 소중히 간직해야 한다.
옛 어른들은 족보를 대할 때는 상(床) 위에 모신(놓은) 다음 정한수를 떠놓고 절을 2번 하고 경건(敬虔)한 마음으로 살아계신 조상을 모시듯 대하며 자기가 궁금했던 사항을 확인했다.
해방 후 밀어닥친 양풍(洋風)에 휘말려 지금은 자녀들이 나가 사는 핵가족(核家族) 시대가 되면서, 젊은이는 족보(族譜) 모시 (두)는 것을 봉건사회(封建社會)의 유물로 생각하고, 족보는 가정 사를 밝히는 참고서 정도로 만 여길 뿐 어른들의 경조사상(敬祖 思想)을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사대사전(韓國史大事典)에선 족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족보는 한 종족의 계보(系譜)를 밝히는 문서로서, 부계(父系) 를 중심으로 혈연관계(血緣關係)를 도표식으로 나타낸 책이며, 조 상을 존경하고 종족의 단결을 도모하며, 후손으로 하여금 친밀도 의 원근(遠近)을 가리지 않고 화목(和睦)을 이루는 데 목적을 둔 다. 성족파벌(姓族派閥)과 문벌가승(門閥家乘)을 밝히며, 존비(尊 卑), 항열(行列), 적서(嫡庶)의 구별을 한다.”
족보는 중국에서 비롯되었으며, 후한(後漢-540) 이후 중앙과 지방에서 대대로 고관을 배출하는 우족(右族)과 관족(冠族)이 성 립 됨에 따라 문벌가풍을 존중하는 사상이 높아졌다.
6조(吳, 東, 宋, 齊, 梁, 晉)에 이르러선 조상의 관력(官歷)과 계보(系譜), 임관(任官), 관작(官爵), 승진(昇進), 혼인(婚姻)과 교제(交際) 관계까지 기록하면서 족보의 작성과 보학(譜學)이 발 달하였으며, 이 사상이 한국으로 도입되면서, 오늘날은 대부분의 가정에서도 자기 뿌리를 밝히는 족보가 있으며, 산소(墓地)도 시 조로부터 역대 조상의 산소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족보는 한국 사람과 중국사람 만이 모시고 있으며, 외국 사람은 일부 국가만이 家乘譜 형태로 모시고 있다.
2. 한국의 족보
우리나라에서 오래 된 족보는 안동권(安東權)씨의 족보다. 1476(成宗7)년의 간행으로 성화보(成化譜)이며, 문화류씨(文化 柳氏)의 가정보(嘉正譜)보다 80여 년 앞서고 있다. 족보는 조선 계급 사회의 산물로, 권씨(權氏), 류씨(柳氏) 두 족보의 영향을 받아 권문거족(權門巨族)이 앞 다투어 족보의 간행에 열을 올렸 다.
족보의 간행은 이조 초기라고 되어 있으나 세계(世系)나 항열 (行列) 형식으론 고려 중엽까지 거슬러 올라 갈 수 있다.
3. 항렬과 이름
우리나라 이름은 대체로 돌림자를 가지고 있다. 형제들은 형 제들대로 아버지나 할아버지는 그들대로 이름자 속에 돌림자가 있으며, 같은 혈족에 속하면 조상이 정해 놓은 돌림자를 씀으로서 같은 혈족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항렬은 단순히 이름의 돌림자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조상의 몇 대 손이 되는가를 표시하는 구실을 한다.
집안에 따라서는 항 렬은 나이에 우선하며, 항렬이 높은 사람에 대해서는 윗사람 대접 을 하고, 항렬이 낮은 사람에 대해서는 말 을 놓는 경우를 볼 수가 있다.
장유유서(長幼有序)라는 말도 동족 항렬이 높은 사람이 장이며, 낮은 사람은 유(幼)가 되는 것이다. 조상이 정해 놓은 항렬자는 원칙적으로 변개(變改) 할 수 없으나, 옛날 전제정치(專制政治) 아래서는 잘못하면 역적(逆賊)으로 몰려, 친가(親家)나 처가(妻家) 외가(外家)의 3집안이 망했기 때문에, 역적으로 몰린 사람은 이름 을 족보에서 빼거나 항렬자를 바꾸기도 했다.
돌아가신 어른의 이름을 높이 부르는 뜻에서 휘자(諱字)라고 하 며, 살아계신 어른의 이름 밑에는 씨자(氏字)를 넣어서 부른다.
4. 족보 보는 법
가. 족보를 보려면 “나 자신”이 어느 파에 속해 있는지를 알 아야 한다.
나. 파를 알지 못할 때는 조상이 어느 지역에 살았고, 어떤 파가 살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다. 파를 모를 때는 씨족(氏族) 전체가 수록된 대동보를 확인한다.
라. 시조로부터 몇 세인지를 알아야 한다. 족보는 가로로 단을 그어 같은 세대에 속하는 자손은 같은 단에 배열하였으므로, 자기 세대의 단만 보면 된다. 세수(世數)를 모르면 항렬자(行列字 )를 혜아려야 한다.
마. 파의 명칭은 파조(派祖)의 관작명(官爵名), 시호(諡號), 아호(雅號)를 따서 붙인 것이다.
바. 파를 찾으려면 계도보(系圖譜)를 보아야 한다. 계보도는 갈라져 나간 자손을 알 수 있도록 그려놓고, 무슨 파는 몇 면 몇 권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5. 家乘譜
가승보는 간단하게 시조로부터 자기 대에 이르는 가족의 줄기 만을 기록하고 있으며, 종가(宗家)로부터 분가한 자손이 임시로 자기 뿌리를 밝히는 계도(系圖)를 모시고(가지고) 있다.
가. 한국의 가승보
한국 사람은 지손이 미쳐 족보를 모시지 못하는 경우에 자기 뿌리를 밝히는 가승보를 모시(갖)고 있다. 가승보는 자기 뿌리를 밝히는 임시 문서이며, 족보로 바꿔 모신다.
나. 일본의 가계보(家系譜)
일본 사람은 현 천황가(天皇家)가 125대 2660여 년을 이어 오는 가계보를 모시고 있으며, 호소카와(細川) 전 내각총리대신 집에도 가계보를 모시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친밀감을 가지고 있 는 일본의 14대 도공(陶工) 심수관(沈壽官)씨도 임진왜란 때 일본 으로 끌려온 조상의 가계보를 모시고 있다.
일본에서는 천황가나 내각총리대신, 내각대신과 심수관씨 정도 의 명문 집안이라야 가계보를 모시고(갖고) 있다.(일본사람은 가 승보라고 하지 않고 가계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