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군인가족- 이웃4촌(문정은)

영원한 군인가족- 이웃4촌(문정은)

박경화의 노병의 독백

영원한 군인가족- 이웃4촌(문정은)

0 8,916 2004.05.20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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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를 여러 번 했으나 아파트는 두 번째다. 이사한 지 한 달 만에 앞 집 아주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밤 11시에 손님 배웅 차 현관문을 열었는데, 교회에 다녀오는 길이라며 앞 집 아주머니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기에, 우리집 거 실로 안내하여 인사를 나눈다. 대화가 오가는 사이에 우리는 동갑이고, 남편도 동갑이라는 사실을 안다.

  첫 인상이 편안하다. 그녀는 우리가 이사를 온 것을 알고 있는 데, 사람 사는 집이 조용해서 궁금했다고 한다.
  밤 12시까지 있다가 돌아가고, 그동안 거처가고 신세진 이웃들 을 더듬어본다. 어릴 때는 학교 친구들과 공부를 함께 하고 같이 뛰놀면서 즐거워했고, 상급 학교에 진학하니 새로운 친구가 생겨 경쟁 속에 정이 든다.

  세월이 흐르니 형제 같은 그리움이 자리하고 있어 아름다운 추 억으로 남는다.
  우리 집은 군인가족이라 군인가족하고만 가깝게 지냈고, 기타 가족들은 멀리 했다.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생활에 호기심을 가 지고 이웃을 대하게 된다.
  다양한 직업과 생활 모습이 나를 즐겁게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이 즐겁게만 비친다.
  혼자서는 살 수 없고 남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도 배워가며 남을 위해서 봉사한다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
  군인가족이란 특수 사회에서 남의 눈치를 살피며 살아갈 때, 이웃들이 나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었고, 잔정도 많이 베풀어주었다.
  
  군인가족이란 특수한 집단에서 아들 둘을 키우며 조심스럽게 살아갈 때, 마음에 거슬리는 일도 참고 견뎌야 했다. 남편이 군 인이란 이유로 일반 가정을 피하고 군인가족이 사는 집을 골라 전전할 때, 훈련소 면회장 뒤에서 살 때, ‘창석’이네는 남편의 유격훈련소 동기요, ‘호원’네는 남편 교장의 교관 가족이다.
  
  우리는 형제 같이 친하고, 어려운 살림도 같이 걱정을 했다.
경북 영천에서 살 때는 ‘송식’이네 가족이 우리 아이들을 자기네 아이처럼 귀여워하고, 여학교 은사(恩師) 내외분은 우리를 친 자 식 같이 귀여워해주셔서 타향에서 외롭지 않게 지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 이웃들이 안부도 전하고, 왕래도 하 며 정의 빚을 지고 산다. 남은 세월은 내가 이웃으로부터 받은 만 치, 아니 그보다 많은 정을 이웃에 베풀며 살아가야 하겠다.    


                                                        (1999. 4. 2. 고양시 일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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