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웠던 일본 식민지 하에서도 나는 어른들 덕으로 어려움을 모르고 살았는 데, 동족상잔의 6.25 전쟁이 우리를 살기 어렵게 만든다.
국민을 잘 살게 나라살림을 해야 할 국회의원이 매일 국회에서 싸우고, 부실공사라는 단어가 연일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하며 국민의 불만과 불평이 그칠 세 없지만, 우리의 저력은 88올림픽경기를 서울 잠실벌에서 개최하고, 우리 경제도 급속도로 발전하여 국내외에서 모두가 놀라워 할 때, 국가 예산은 낭비되고 부실공사는 우리 살림을 어렵게 만든다.
외국에선 우리가 샴페인을 일찍 터트렸다고 비아냥거리고, 지각 있는 사람은 나라살림을 근심한다. 금융 실명제는 돈 많은 사람의 과소비를 부추기고, 국민 모두가 절약과 검소라는 단어를 무시하고 잘 먹고 잘 사는 풍요한 삶을 누린다.
어린이들의 평균 신장이 늘고, 생활수준이 향상되어 질 좋은 삶을 산다고 노래할 때, IMF경제가 우리 몰래 찾아와서 우리를 어렵게 살도록 강요한다.
환율이 오르고 주가(株價)는 떨어지고, 원유 값은 뛰고 물가는 치솟아 너나 없이 힘들게 살아야 한다. 모두가 분별없이 산 결과로 뜻 하지 않게 IMF를 불러들인 것이다.
달러를 들여오기 위해서 ‘금모으기운동’을 한다. 우리나라에 있는 금을 모아 외국에 팔아 달러로 바꿔오는 것이다.
우리는 금이 있을 정도의 살림살이가 못 되지만, 살아오는 동안 기념으로 만든 금반지가 몇 개 있어, 망설이다가 ‘금모으기운동’ 에 동참하기로 한다.
1969년 5월 남편이 월남전쟁에 참전했다가, 1970년 10월에 살아서 돌아오는 기념으로 월남 현지에서 금으로 반지를 만들어 귀국했고, 1984년 ROTC 임관 기념으로 큰아들이 만들어 준 금반지와 30년 전 친정 동생이 대학 등록금 부족으로 금반지를 준 적이 있는 데, 대학교수가 된 동생이 작년에 내 회갑선물로 만들어 준 금반지가 나에겐 추억이 담긴 소중한 금반지다.
소중한 기념품이지만, 나라 경제가 어려울 때 금으로 만든 기념반지는 나라 살림에 값진 보탬이 될 것이며, 실물보다는 추억을 가슴에 간직하게 되었다.
새마을금고 사무실에서 줄지어 참가신청을 하는 데, TV 촬영기자가 가까이 다가오며 인터뷰를 요청한다. 저녁 뉴스 시간에는 내가 인터뷰 하는 장면이 방영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