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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노병의 독백 - 현역군인-군사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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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2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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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노병의 독백 - 현역군인-군사혁명
군 사 혁 명
휴전이 되고 소위가 소모되지 않으니 위관장교는 포화상태다.
사고가 있는 장교는 가차 없이 자르는 데, 사고가 없으니 군대에 남겨둔다. 진급에 뒤진 장교는 사회에 나가서 밥 먹을 궁리를 하고, 상호는 5년간을 작업모에 중위 계급장을 달고 있으니, 누렇게 변색되어 누가 봐도 고참 중위라고 인정을 한다.
육군본부 고급부관실(현 인사운영감실)에서는 ‘메모처리 장교’ 라는 직책을 신설하여 위관장교를 보임하고, 고위직 공무원이나 장군들의 메모를 가지고 와서, 전속을 부탁하는 사람의 처리 결과를 부탁받은 사람에게 알려주는 장교가 별도로 있다.
1961년 5월 16일, 군수기지 사령관으로 있던 ‘박정희’ 소장이 ‘쿠테타’를 일으키고, 높은 사람의 메모를 가지고 지휘관 인사에 고민을 주던 정치 장교가 옷을 벗으니, 위관 장교는 사람이 모자란다. 1961년 8월 14일 아침이다.
훈련소 면회장 뒤에 살던 상호는 교장으로 가기 위해 정문에서 통근차를 타는 데, 천막지로 적재함을 덮은 캄캄한 안쪽에서, “김 중위 진급을 축하 한다”라는 소리가 들리 는 데, 진급 시기라 반사적으로 진급 못한 열등감이 솟아오른다.
상호는 안에 대고, “나는 권력도 없고, 배경도 없는 사람이다.
진급을 포기한 사람의 속을 건들이지 말라”라고 말하며 적재함 의자에 앉으니, 안에서도 더 이상의 말은 들려오지 않는다.
통근차에서 있었던 일은 까맣게 잊고, ‘카아빙총’ 사격장에서 오전 교육을 마치고 통제대 사다리를 내려올 때다.
교관단장 찌프가 사격장으로 다가오더니 단장(金英鎭 中領)이 차에서 내린다.
차에서 내리며 사격 중 이상이 없다는 상호의 보고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하며, 아래 바지주머니에서 대위 계급장 한 벌을 꺼내준다.
그때서야 아침에 있었던 통근차 안에서의 대화가 생각난다.
뒤늦게 진급(1961. 8. 15)한 상호는 훈련소 본부 인사참모부 보임과에서 5만 명 장병의 급여와 급식을 계산하는 예산장교로 보직을 옮긴다.
예산장교 이진복 대위가 화학 병과로 전과하고 상호가 후임으로 들어간 것이다.
상호 임무가 훈련소 장병의 급여와 주식계산이 주 임무지만 , 부식의 질이 향상되도록 검수(檢受)한는 것이 부차적인 임무다.
장병 급식은 주식을 제외하고 부식은 1주일에 한 번 돼지고기를 급식하도록 규정돼 있다.
급여규정엔 생돈(生豚)을 훈련소로 반입, 검수를 마치면, 군납업자는 각 연대로 고기를 할당하기 전에 생돈을 현지에서 도살하는 데, 창고에 집결시킨 생돈은 꿀꿀거리며 짝짓기 상대를 찾아 덩치 큰 생돈의 등에 올라탄다.
등에 올라타는 행동이 짝짓기를 위한 행동인 지, 유희(遊戱)를 위한 행동인지는 몰라도 잠시 후엔 도살되는 운명이라 동정이 간다.
예산장교로 소임을 무사히 수행하고, 4년에 걸친 면학을 마치고 (1963. 2. 22), 학사 시험을 거쳐 꿈에 그리던 대학교 졸업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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