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노병의 독백 - 합동참모본부-야전으로 나간다

[47] 노병의 독백 - 합동참모본부-야전으로 나간다

박경화의 노병의 독백

[47] 노병의 독백 - 합동참모본부-야전으로 나간다

0 2,139 2003.09.0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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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노병의 독백 - 합동참모본부-야전으로 나간다

야전으로 나간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경춘가도 양가에는 하얀 ‘아카시아 꽃’이 만발하고, 창문으로 스며드는 꽃향기를 맡으며 상호는 버스를 타고 도로 위를 달리다가 길 왼쪽을 돌아 맹호부대로 향한다.

부대에 도착하여 사단장에게 신고하니, 공석으로 있는 정보참모 보직을 주는 데, 20여 년의 군대 생활 중 일선 지휘관과 교관 근무만 한 상호로선 참모 근무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대가 서울에 인접해 있으니, 공사 간에 VIP(very important person-높은 사람)의 방문이 잦다. 권총을 차고 손님을 맞다보면 하루 일과는 끝난다.

VIP 영접에 신경을 쓰고 있는 데, 보안사령부에서 연례(年例) 보안감사를 실시한다고 대위 계급장을 단 보안관이 나온다.

선임하사를 앞세우고 각 여단의 보안점검을 받는 데, 사령부에서 나온 보안관은 상호부대를 보안 불량부대로 판정하고, 정보참모의 무능을 나무라며, 1개월의 여유를 주고 보안검사의 재검(再檢)을 선언한다.

상호는 마지막으로 근무하는 부대로서 열심히 근무하려고 노력하는 데, 마음과는 달리 무능장교로 판정한다.

후방에서 보좌관(金鎬榮 少領)이 전입하였기에, 부대를 양분해서 1개월간 보안업무를 강조하고, 찌프를 타고 각 부대를 순회하며 비밀문서를 점검하고 보안업무를 강조하니, 비밀문서 관리와 보안 업무가 일정 수준에 도달한다.

보안감사의 재검일이다.

상호는 자신을 가지고 각 여단을 돌며 보안사령부에서 나온 보안관에게 감사를 받는 데, 감사를 끝낸 보안관은 상호부대를 보안 우수부대로 판정한다.

사단장이 기뻐하며 부관참모부의 상전계(賞典係)를 불러 즉석에서 공로표창장을 준다. 부대가 보안관으로부터 보안우수부대로 판정받고 장병 모두가 보안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니, 보안업무가 정상화 되여 상호로선 일하기가 수월해진다.

부대 업무에 익숙하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주위 환경에도 관심이 간다. 매일 정구도 치고 냇가에 가서 수영도 하며 즐거운 군대생활을 계속한다.

여름의 이른 아침이다. 밖에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는 데, 전화벨이 “따르릉” 울린다. 수화기를 들으니 전속부관(甘基鎬 中尉) 의 목소리로 사단장이 상호를 호출한다는 것이다.

급히 사단장실로 달려가 니, 창가에 기대서서 넋 놓고 창밖의 비 오는 장면을 바라보던 사단장은 상호를 보자마자, “네가 비가 안 온다고 해서 훈련을 하도록 승인을 했는데, 지금 밖에선 비가 오지 않느냐”라고 하며 상호 머리 위에서 벼락이 떨어진다.

떨어지는 날벼락에 당황하다가 한참만에야 사단장의 의중을 알아차린다.

상호는 전날 라디오 방송을 듣고 어제아침 브리핑에서, “내일 날씨는 좋을 것입니다”라고 발표를 했는데, 밖에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다.

라디오에서 발표하는 기상예보는, 예보기구가 낡아서 정확하지 않으며, 굳이 정확도를 따진다면 80% 내외다.

라디오 방송을 듣는 국민들도 기상예보가 틀리는 것은 있을 수 있는 현상이라고 이해를 한다.

사단장은 상호 말을 믿고 부대 훈련을 승인했는데, 밖에선 장대 같은 비가 오고 있으며, 장병은 훈련 계획에 따라 행군을 하고 있다.

사단장은 지휘관의 판단 착오가 몇 백 명의 장병이 고통을 받고 있으며, 그 괴로움을 상호에게 화풀이를 한다. ‘브리핑’에서 “내일의 날씨는 좋을 것입니다”라고 발표를 했으니, 그 책임은 상호에게 있으나, 궁극적으론 기상대에서 책임질 문제이며, 기상대에선 돈이 없어 최신의 장비를 갖추지 못했으니, 마지막으로 예산을 배정치 못한 정부의 책임이다.

상호는 사단장실 문을 열고 나오면서, “군인은 비가와도 훈련은 해야 한다”라고 자위를 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 한다”라는 옛말이 있는 데, 우리나라도 30년의 세월이 흐르니, 좋은 방향으로 나라가 변해서, 기상예보는 99%가 정확하다.                   

오늘은 ‘국군의 날(1974. 10.1)’이다. 24년 전 수도사단 예하 백골(제18연대)부대가 제일 먼저 38선을 넘은 날이며, 제26연대는 압록강을 굽어보며 혜산진까지 북진한 날이다.

그 날을 기념해서 정부는 10월 1일을 ‘국군의 날’로 지정하여 거국적으로 기념하는 날이며, 제26연대는 부대 통상명칭도 혜산진 부대라고 부른다.

“38선을 돌파하여 태극기를 날리고 죽어서 백골이나 돌아오리라” 하는 백골가(白骨歌)는 이날을 생각하며 부르던 군가다.

‘국군의 날’은 공휴일이며, 1년 동안 부대 발전에 기여한 장병을 부대장 이름으로 표창하는 날이고, 크게 군에 기여한 장병은 참모 총장이 그 공로를 기리는 날이다.

상호는 오전 10시에 있다는 기념행사를 기다리며 사무실에 있는 데, “따르릉” 하고 전화벨이 울린다.

수화기를 들으니 부관참모 이신모(李信模) 중령의 전화인 데, 다짜고짜로 “정보참모님, 축하 합니다”라는 목소리다.

상호가 어리둥절해하니, “이번에 참모총장의 공로표창장이 나오고, 공로패도 나왔습니다”라고 한다.

상호는 전입한 지 6개월도 안되고, 표창 상신의 대상도 아니어서 의아하게 생각하니, 부대 공로표창은 1년간 부대에 기여한 공로에 따라 지휘관이 주고, 참모총장의 공로표창은 육군본부에서 표창의 상신 없이 군에 기여한 공로를 기록으로 심사한다는 부관참모의 답변이며, 10시에 시작되는 기념행사에서 참모총장의 표창장을 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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