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노병의 독백 - 6.25 사변-同族相殘

[11] 노병의 독백 - 6.25 사변-同族相殘

박경화의 노병의 독백

[11] 노병의 독백 - 6.25 사변-同族相殘

0 3,506 2003.08.1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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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노병의 독백 - 6.25 사변-同族相殘

6.25 사변 同族相殘

북쪽엔 소련군이 지주하며 군정을 펴고, 남쪽엔 미군이 들어와서 군정을 하며, 각각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정치를 하지만, 외치는 구호는 요란한 데, 어제까지의 생활 방법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전체주의 교육을 받은 상호로선 공산주의와 민주주의가 둘 다 솔깃한 주장이오, 헷갈리는 소리지만, 학교 등록금 마련을 위해 밤낮으로 뛰어야 했던 상호에겐 공산주의가 유혹을 한다.

1950년 6월 17일, 다른 사람은 포장된 ‘아스팔트’ 길을 걸으며 중학교(구제) 를 다니고, 따듯한 온돌방에서 잠을 자며 졸업장을 받았지만, 상호는 가시밭 길을 걸으며 학교에 다니고, 길가에서 잠을 자며 졸업장(선린공립상업중학교) 을 손에 쥔다.

중학교 졸업의 기쁨보다는 대학교 등록금을 근심하던 1950년 6월 25일(일요일) 새벽이다.

북쪽에서 인민군이 탱크를 앞세우고 따발총을 흔들며 북위 38도선을 넘어 남쪽으로 침공하여, 동족끼리 싸우는 6.25 사변이 발발 (勃發)한다.

일요일이라 오전 10시에 방문하기로 한 명륜동 4가 순자네 집으로 향하는 데, 인민군이 38 도선을 넘어 남쪽으로 침공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발길을 돌린다. 거리엔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등에 짊어진 남녀 피난민 물결이 하얗게 미아리 고새를 넘어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고 있으며, 간간히 황소가 느리게 따라오고 있다.

“꾸룽...,꾸룽”하고 가깝게 들려오는 포탄 소리와 피난민 물결을 바라보며 불안에 떨고 있는 데. 비 내리는 6월 27일 새벽, 장지문을 흔드는 포탄 소리 (한강 다리를 끊는 폭파 소리)에 놀란 상호는 인민군이 가까이 왔다는 절박한 생각에, 짐을 챙길 여유도 없이, 매부네 집 식구 5,6명과 같이 몸만 빠져나와 한강 철교까지 한걸음에 달려간다.

한강을 건너려고 철교에 들어섰으나, 비내리는 철교 바닥엔 새벽의 어둠 속에 솔가지 나뭇단을 가지런히 눕힌 듯, 국군 부상병이 누웠으며, 부상병 사이사이엔 물보다 진한 검은 액체가 새벽의 달밤에 반짝거리고 있다.

6.25 사변

신음하는 부상병은 철교를 건너려는 상호 바지자락을 부여잡으며 “살려 달라”고 아우성이다.
 
누워 있는 부상병을 밟고 넘어 다리를 건너야 하겠는 데, 급한 환경에도 국민의 양심 상 부상병을 밟고 넘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 백사장으로 내려온다.

백사장에 앉아 졸고 있는 데, 날이 밝으며 어둠이 걷히자, 노량진 쪽 3번째 다리가 끊겨서 한쪽이 강물에 잠겨 있다. 네모 진 트렁크와 까만 가방이 백사장 가득히 깔려 있으나 누구 하나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다.

한강을 건너려는 피난민이 우왕좌왕 아우성인 데, 군대 군대 낚싯배를 기다리는 사람이 줄서 있으며, 군인이 총을 쏘며 질서를 잡고 있다.

한강로 주택가엔 빨간 불길이, 사람이 혓바닥을 날름거리듯 춤을 추며 백사장 가까이 다가오고, “따라락...,따라락” 하고 기관총 소리가 시내에서 들려온다.
   
백사장에서 배를 타고 한강을 건넌 사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노량진 언덕길을 넘어가는 데, 노량진 강변엔 5,6척의 낚싯배가 외로이 버려져 있다.

한강 백사장엔 마지막 남은 낚싯배가 10여 명의 피난민을 태우고 노량진 쪽으로 떠나려 한다.
 
춘천 소양강 가에서 자란 상호는 낚싯배나 보트의 노를 저을 줄 알아서, 떠나는 낚싯배의 뱃전으로 달려가 질서 잡는 군인에게, “나는 낚싯배의 노를 저을 줄 아는 데, 노량진에 가서 배를 가지고 오겠다”라고 사정을 하니, 카아빈총을 든 군인은  배를 타고 한강을 건너도록 승낙을 한다.

상호가 노량진에서 낚싯배를 가지고 백사장으로 돌아오니, 배를 타려는 피난민이 몰려들어 아우성인 데, 배는 뒤집히고 사람이 탈 수 있는 환경이 못 된다.

군인이 질서를 잡으며 피난민을 승선 시키는 데, 배에 오른 여학생이 손을 흔들며 자기 어머니를 부르자, 중년의 여인은 얼떨결에 배에 오르고, 승선한 여인은 노를 잡고 있는 상호를 보고, 남편이 정부의 고위직 공무원인 데, 한강을 건너 피난을 못 가면 인민군으로부터 박해를 당 한다“며 같이 승선하도록 사정을 한다.

상호는 조그마한 낚싯배에 10여 명의 피난민을 태우고 노를 좌우로 졌는데, 뱃전에 물이 찰랑거리자 모두가 아우성이다.

상호는 노 적는 손을 멈추고, “인민군의 총에 맞아 죽으나, 배가 뒤집혀 물에 빠져 죽으나 죽기는 마찬가진 데, 나는 수영을 할 줄 알아 배가 뒤집혀도 살 수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살려면 고개를 숙이고 강물을 보지 마십시오”라고 하니 배 안이 조용해지며 질서가 잡힌다.

노병은 말한다

상호가 뒤돌아서서 노를 졌는데, “쿵”하고 뱃머리에서 소리가 난다.

배에 탔던 피난민이 허리를 굽혀 상호에게 고맙다는 큰 절을 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노량진 언덕길을 넘는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1번 도로 상에는 남쪽으로 내려가는 피난민 물결과, 트럭에 탄 군인이 북쪽으로 가느라 대 혼잡이다.  북으로 질주하는 군용 트럭을 본 사람들은 높이 손을 흐들며 환송한다.

이 때 한강을 건너 피난 간 사람은 서울이 수복된 후에는 도강파로 불리며 사상을 의심 받지 않으나, 한강을 건너지 못해 3개월을 적치(敵治)하에서 고생한 사람은, 잔류파(殘留派) 로 불리며 사상을 의심 받는다.

상호도 노량진에서 충남 예산까지 걸어서 내려가니 이틀이 걸린다. 걷지 않다가 걸어서 그런지 집에 도착하니 무릅이 통통 부어서 걷지를 못하겠다.

전쟁이 발발하고 한 달이 지나니, 마을(忠南禮山郡 鳳山面馬橋里)은 쥐죽은 듯 고요하며, 젊은이는  외지에 있는 친척 집으로 피난을 가고, 텅 빈 마을엔 어린이와 늙은이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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