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가 명령에 따라 정보참모부를 찾아가니, 사무실에 있던 장병들이 환영한다는 인사를 한다.
참모(尹晟重 大領)에게 신고 하 니, 신고를 받은 참모는 “타 참모부에서 김 소령을 전입 요청했지만 내가 요청해서 우리 참모부로 왔으니, 한 달 도안 상황실 근무를 하면서 월남전 양상을 파악한 후에 정보 업무를 맡으시오”라고 한다.
사호에겐 처음 근무하는 상황실이다.
업무내용은 육군 정보학교 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던 정보실습 그대로다.
밤 12시에 맹호부대 와 백마부대, 그리고 청룡부대의 전투 결과를 종합하여, 새벽 2시에 서울 합참(合同參謀本部)에 보고하고, 월남에서 일어나는 긴급 사항 을 조치하는 것이 상황실에 부여된 임무다.
밤이 깊었는데, 근무하는 첫날부터 사이공 지역에서는 폭음이 들려온다.
전쟁터라 긴장이 되고 정신이 맑아지며 ‘베트콩’ 테러 공격에, 미군이나 월남군의 군사시설이 얼마나 많이 파괴되고, 인명이 피해를 입었을까 근심이 된다.
아침에 참모장(朴魯律 大領)이 출근하더니, 어제 사이공 지역에서 ‘베트콩’의 파괴활동이 있었는데 피해가 얼마나 되느냐고 묻는다.
사이공 지역에서 폭음이 울리는 것은 상호도 들었는데, 그것이 상황 장교가 파악할 업무의 제1조다.
참모장으로부터 상황장교의 무능을 눈물이 나도록 질책 받고, 상황실 근무는 시작된다.
저녁에 숙소로 돌아와서 피로한 심신도 달랠 겸 4층에 있는 상호 숙소에서 2층 ‘바’로 내려가서 맥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
‘바’는 저녁이 되면 하루 일과의 지친 몸을 맥주 한 잔으로 풀려는 참모부 장교로 혼잡을 이루며, 같은 이유로 피부색이 다른 장교가 반수 이상이다.
‘다낭’ 지역의 해병대 사령부가 ‘베트콩’의 포격으로 시설 이 많이 파괴되었다는 현지 상황실로부터의 보고다.
상황실에서 상호와 같이 근무하는 김(金泰燮) 소령은 3일 전에 ‘다낭’ 지역 해병대 사령부로 출장명령이 났는데, 상황실 일이 바쁘다고 며칠을 연기했더니, ‘베트콩’의 포격 세례를 모면했다고 하며 사람의 죽살이는 운명이라고 기뻐한다.
무심코 오가는 대화가 전장(戰場) 상황이 주제가 되니, 문득 출격을 앞둔 미 공군 조종사가 PX에 모여앉아 맥주잔을 기울이던 영화 장면이 떠오른다.
오늘은 ‘해피아워(Happy hour)’가 있어서 음료수를 반값으로 마실 수 있는 날이라, 20센트 하는 맥주를 10센트에 마신다. 미군은 장병 복지를 위해, ‘해피아워’란 이름으로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오후 6시부터 7시까지, ‘바’에서 수입되는 이익금을 장병에게 돌려 준다.
상호가 ‘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영어로 ‘해피 아워’ 란 글씨를 써서 벽에 붙여놓았다. 머리가 길게 자랐기에 사령부 이발소로 갔다, 한국군 이발사 외에도 월남인 이발사가 ‘가운(gawn)’을 입고 웃고 있다.
월남인 이발사의 인상이 좋으니, 상호 기분도 좋아진다.
월남인 이발사는 ‘바리캉’으로 머리를 2,3회 슬슬 밀고, 두어 번 가위질을 하더니 이발을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