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항은 전쟁을 하느라 바다 밑의 모래를 준설(浚渫)하지 못해서, 바다 깊이가 얕아져 1만 톤급 이상은 내 항 에 들어가지 못하고 외항에 닻을 내린다고 하는데, 상호가 탄 수송함 ‘바레트’ 호는 1만 3천 톤급이다.
아침에 작업을 하기 위해 월남 사람이 배에 오르는 데, 미군 헌병 이 월남 사람의 몸수색을 한다. 상호가 생각하기엔 ‘나트랑’은 월남 땅이오, 항구는 월남 항구인 데, 미군 헌병이 월남 땅에서 월남 사람 의 몸수색을 하는 것은, 주인과 나그네 입장이 뒤바뀐 처사라고 생각 했으나, 지나가는 마군 장교로부터 지난 5제대 때, ‘베트콩’ 2명이 작업 인부로 가장하여 수송함에 올라와서 TNT로 배를 폭파하려다 발각되었다는 말을 듣고 오해가 풀린다.
하루 종일 화물의 하역 작업과 선적 작업을 끝내고, 어둠이 깔리자 배 밑에서 요란한 폭음이 들려온다.
상호가 지나가는 미군 장교에게 “무슨 폭음이냐”고 물으니, “수송함이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배 주위 를 돌고 있던 경비정이 물속에서 수류탄을 터트리는 폭음이다”라고 답변하다.
물속에서 수류탄을 터트리면 번지는 파장과 음향(音響)의 영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해서, 물속에 있던 사람은 청력(聽力)을 앓고 귀머거리가 된다고 하는 데, ‘베트몽’은 수송함에 막대한 현상금을 걸고 폭파를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번 2차에 걸친 수송함 폭파 미수 사건 이후, 수송함 밑엔 ‘레이더’를 설치하고 ‘베트콩’의 접근을 감시하고 있으나, 산소통을 메고 바다 속 깊이 접근하는 ‘베트콩’은 ‘레이더’에도 걸리지 않는 다고 한다.
오전에 맹호 부대 장병이 하선하고, 오후 1시가 지나자 건지단 (建設支援團)과 주월사(越南駐屯韓國軍司令部) 소속 장병이 내린다. 월남전에 참전한 부대는, 북부 다낭지역의 청룡부대, 다낭 지역의 야전사(野戰軍司令部)와 ‘퀴논’지역의 맹호부대, ‘투이호아’ 지역의 백마부대, ‘주월사’ 소속의 장병들이다.
주월사 소속 장병은, 본부 소속 장병을 포함하여, 비둘기 부대와 십자성 부대, 해군의 백구부대와 공군의 지원단 소속 장병들이다.
바다 위엔 그동안 정들고 편안하던 수송함 ‘바레트’ 호가, 이젠 낯선 미 수송함 ‘바레트’ 호로 변해서 검은 선체를 부두에 눕힌 채, 서울로 돌아가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수송함에서 내린 장병은 각기 자기 소속 부대에서 나온 인솔 장교를 따라 부대를 향하여 부두를 떠난다.
주월사 소속 장교는 자유행동이 허락 되어 각자 알아서 소속 부대로 찾아오라고 24시간 의 자유행동을 허락하는 데, 처음 오는 월남이라 사병과 같은 단체 행동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