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웡한 군인가족-벌초(문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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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화의 노병의 독백

영웡한 군인가족-벌초(문정은)

0 1,605 2004.04.1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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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묘지가 공동묘지에 있으니, 가을이 되면 객지에 홀로 남겨둔 시부모를 생각하듯 시어머니 벌초 할 일이 생각난다.
  5,6년 전만 해도 남편이 건강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부부가 가을 벌초길에 나섰지만, 지금은 남편이 자리에 누웠으니, 남편의 병 간호 하랴, 시어머니 벌초에 신경 쓰랴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전에는 시어머니 벌초 때는 고속버스를 이용했지만, 금년처럼 기차를 타기는 몇 년 만에 처음이다.

  며칠 전에 예매한 무궁화호 기차를 타기 위해, 새벽부터 서둘은다.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논산에서 내려, 연무대로 가기 위해 버스로 40분을 달려 연무대 정거장에 내리면, 도보로 30분을 걷는다.
  논두렁을 지날 때, 툭툭하고 메뚜기가 나는 것을 보며, 전에는 화학 비료를 써서 산성화 된 토양이, 지금은 유기 농법으로 옛날의 자연으로 돌아가 메뚜기도 돌아왔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낀다.
  시어머니의 표석이 없으면 산소도 못 찾을 만치 풀이 무성하다. 무성한 풀을 깎는 등줄기엔 초가을의 햇볕이 따갑다.
  나 오기를 얼마나 기다리셨을까. 엎드려 절을 하고 그동안 지나온 집안 이야기를 하는 데 눈물이 앞을 가린다.
  살아온 삶이 고통스러워서일까, 내 마음이 약해서일까. 눈물이 앞서는 것을 보니, 아직도 강하지 못한 삶을 이어가는 모양이다.
  늘 그랬지만 그래도 올해는 더욱 정성들여 풀을 깎는다. 심심하실 테니 누군지는 몰라도 이웃하고 놀러 다니시라고 길목까지 깎는다.

풀을 깎는 얼굴에 땀은 흐르고, 무성하게 자란 억새는 얼굴을 찌른다.
사람 없는 공동묘지는 무섭기까지 하며, 더러는 벌초 한 흔적이 보인다.
  파란 하늘에는 고추잠자리가 낮게 날고, 어린 박쥐가 나비처럼 날아다닌다. 벌초를 할 때면 푸르던 벼이삭이 황금빛으로 변하며 고개를 숙이고, 누렇게 변한 깻잎은 우리 식탁에서 멀어진다.
  벌초를 끝내고 논산역에 다다르니, 무덥던 날씨는 소나기로 변 한다. 신탄진을 지나니 옆 좌석에 앉은 남자가 말을 걸어온다,

  나는 기차에 대해선 아는 것이 없지만, 철도청에 다닌다는 그는 새마을호는 귀족이 타는 1등 열차요, 무궁화호는 돈 많은 사람이 타는 2등 열차, 통일호는 서민이 타는 3등 열차이며, 비둘기호는 정거장마다 서는 4등 열차라고 한다.
  서울역에서 기차를 내려 83번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1993. 9. 24. 서울 논현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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