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말(馬)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었다. 제주도는 육지와 떨어져 문화적, 경제적 혜택을 받지 못할뿐더러 삶도 넉넉하지 못했다. 그래서 육지 사람들은 제주 사람들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다든지, 조금은 홀대하거나 가벼이 보아 결혼조차 하기를 꺼려했었다. 그때마다 제주 사람들은 아픈 가슴을 쓸어 내라며, 못 배운 한과 설움을 이겨내기 위해 자식들을 서울로 유학을 보냈었다.
그러나 속담과는 달리 제주가 전국적으로 1%에 지나지 않지만, 임진왜란을 전후해 조정에 1300여 필이 넘는 군마를 헌납했으며, 6·25전쟁 당시 50만 장병을 양성했던 ‘육군 제1훈련소’가 있었고, 지금은 강정해군기지가 있어 전략적으로나 관광지로 없어서는 안 될 요충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로부터 홀대받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산은 물론이고 그렇다고 제주도의 재정적 여건이 좋은 것도 아니고, 여러 가지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제주도에는 현재 많은 국가유공자들이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는 고엽제의 피해로 고통을 받고 있는 월남참전용사들이 많다. 그런데 제주에 생존하고 있는 국가유공자들은 치료를 받기 위해 보훈부에서 지정된 제주대학병원이나 제한된 몇 군데 병원에서만 진료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예약을 해야 하는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급한 환자도 예약 기간이 한두 달 이상 걸릴 때도 있어 발을 동동 구를 때도 있다. 그래서 국가유공자들이 가까운 의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선처를 호소하고 있으나,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제주도 국가유공자들이 육지로 가는 교통수단이다. 우리나라 모든 국가유공자들은 KTX(한국고속철도)를 6번 무료 탑승할 수 있는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의 국가유공자들은 그림의 떡이다. 제주도에는 KTX 고속열차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교통수단을 마련해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제주도 보훈단체 회장이기도 한 상이군경회 배문화 제주지부장은 제주에 거주하는 국가유공자들이 육지로 나갈 때는 KTX를 탑승할 수 있는 것처럼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국가유공자들이 어디에 살고 있든 국가와 보훈부가 앞장서 국가유공자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듯, 나라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존립 여부일 것이다.
국가유공자들이 나라를 위해 희생을 했다면, 지금은 나라가 국가유공자들에게 그에 대한 보은으로 답해야 할 때다. 호국영령들의 고귀한 생명과 바꾼 나라를 후손들이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경우든 국가유공자를 우대해야 한다는 엄격한 법을 제정해 국민에게 공포해야 한다.
제주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홀대받거나 소외돼서는 안 된다. 정부와 보훈부가 국가유공자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