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 '태부족'…도내 4개 시‧군 [현장, 그곳&]
승인 2024-10-02 13:00
박소민 기자 som@kyeonggi.com
2일 남양주시 화도읍 행정복지센터 주차장에 있는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박소민기자
2일 오전 9시께 남양주 화도읍 행정복지센터 주차장. 이곳의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은 구석진 곳에 한 구역만 마련돼 있었다. 이마저도 다른 곳에 비해 차량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았다.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임을 알리는 바닥 표식은 바래 있었고 행정복지센터 차량이 주차돼 있어 국가유공자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같은 날 오후 하남시 덕풍동의 하남문화재단의 있는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약 30개 되는 주차면적 중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은 단 두 곳 뿐이었다. 이곳을 지나가던 양동철(40대)씨는 “국가유공자 주차장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고 들어본 적도 없다”며 “국가유공자 예우 목적이 맞냐"고 되물었다.
경기도내 국가유공자를 위한 우선주차구역이 턱 없이 부족하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유공자들의 헌신을 존중하고 예우하는 보훈 문화를 확산하자는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국가보훈부는 ‘국가유공자 우선 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표준 조례(안)’을 마련하고 전국 지자체에 조례 제정을 권고했다.
조례안에 따라 국가유공자 우선 주차구역은 ▲독립유공자 ▲국가유공자 ▲참전유공자 ▲특수임무유공자 ▲5·18 민주유공자 ▲고엽제후유(의)증 환자 ▲보훈보상대상자가 이용 가능하다.
하지만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 설치에 대한 조례안이 ‘권고’에 그쳐 국가유공자에 비해 우선주차구역이 태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8월 기준 도내 국가유공자 수는 19만7천810명인 반면, 국가유공자 우선주차구역이 설치된 곳은 남양주, 하남, 안성, 성남 등 4개 시·군뿐이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차장을 이용하는 다수가 특정 구역으로 지정되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 있어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며 “매달 발행되는 소식지 등을 통한 홍보물 제작을 활용해 인식변화 및 취지에 맞는 예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도 관계자는 “국가유공자 우선주차에 대한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일부 시·군에서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의무 사항은 아니기에 강제할 수는 없고 주차면적 확보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