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순위 자녀까지 대상 넓혔지만 예산은 그대로…'콩한쪽 다툼' 빈번
2024-06-23 17:43:47 수정 2024.06.23 19:00:48
채민석 기자·이승령 기자·박민주 기자
[일상 속 보훈문화 꽃피우자] <하> 갈길 먼 유족수당
작년부터 장남 외 자녀 혜택 확대
모친 사망일따라 지급액 차이 커
형제 많은 신규승계자녀는 더 불리
"힘들게 자란 건 똑같은데…" 갈등
예산 추가 투입·현실적 대안 시급
한겨울 찬 바람이 뼛속까지 스며들던 1952년 2월 9일. 경남 사천 출신의 27세 청년 이해권 씨는 아내와 아들 둘을 두고 6·25전쟁에 뛰어들었다. 그는 사선을 넘나들며 숱한 전투를 치렀고 북한군의 총탄에 병상 신세를 지기도 했지만 겨우 죽음만큼은 비켜갈 수 있었다. 하사(현 상병) 신분이었던 1953년 7월 27일 고대하던 휴전을 맞았지만 가족들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휴전 이후 넉 달 뒤인 11월 24일, 대장에서 발병하는 질병인 이질로 인해 숨을 거뒀다.
6·25 참전 용사 이 씨의 둘째 아들 자윤(73) 씨는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찍이 남편을 잃고 홀로 남은 어머니의 손에 자라오며 전쟁이 끝난 뒤에도 변변찮은 교육조차 받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삶을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둘째 아들로서 ‘선순위 자녀’가 아닌 ‘차순위 자녀’였던 이 씨는 국가가 6·25 전몰군경 자녀에게 부여하는 모든 혜택에서 제외돼왔다.
이 씨와 같은 차순위 자녀들은 6·25전쟁 중 전사하거나 순직한 군인과 경찰의 자녀에게 주어지는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선순위 자녀 1인 외에는 국가유공자 유족증이 발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차순위 자녀들은 교육 지원, 취업 지원, 대부 지원, 세금 면제, 각종 교통수단 할인 등 혜택의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다.
그나마 차순위 자녀들은 국가보훈법 개정 절차를 거쳐 지난해부터 ‘6·25 전몰군경 자녀 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동순위 자녀가 2명 이상일 때는 △자녀 간 협의 △국가유공자를 주로 부양한 자 △균등 분할의 순으로 지급된다. 개정 전 국가보훈법은 선순위 자녀 1인만이 수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개정을 통해 겨우 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차순위 자녀들이 수급 대상에 포함되면서 수급 인원은 늘어났지만 수당 규모가 제자리인 것이다. 선순위 자녀가 수령하던 금액을 차순위 자녀의 숫자만큼 나눠야 하는 탓에 형제가 많을수록 불리한 구조다.
출처 서울경제 :
https://www.sedaily.com/NewsView/2DAKROK5Z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