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강대묵 기자] 6·25전쟁 74주년을 맞이한 25일. 세종국가보훈광장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감이 감돌았다. 광장 내 ‘영웅을 기억하는 나라’의 글귀가 적힌 세움기둥이 우뚝 서 있었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헌화를 할 추모시설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광장 곳곳에 찬란한 빛을 내뿜는 조형물이 갖춰졌지만 ‘국가보훈광장 푯말’을 바라보지 않고선 "과연 이곳이 어디일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낼 정도의 추상적 구조물로 다가왔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 6·25 관련 행사가 펼쳐졌지만, 세종국가보훈광장을 찾는 인적은 없었다. 이따금 까치 한 마리가 날아들었지만, 긴 기다림에도 국화 한 송이를 든 반가운 손님은 찾아볼 수 없었다. 100억 원의 혈세를 들여 건립한 세종국가보훈광장은 이렇게 빛 바랜 국가보훈시설로 전락해 있었다.
세종국가보훈광장의 사업경과를 살펴보면, 국가보훈부는 지난 2020년 세종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중앙공원 내에 세종국가보훈광장 조성을 확정했다. 이후 3년만인 2023년 6월 개원식을 가졌다. 광장의 총 규모는 1만8590㎡(약 5633평)이며 세움기둥, 오름동산, 받침기둥, 비춤정원 등의 각 시설물은 보훈을 주제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국가보훈부는 지난해 6월 개원식을 통해 "국민 생활 속 보훈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미래 세대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훈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상징 공간이 중요하다"면서 세종국가보훈광장의 설립 취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세종국가보훈광장에서 펼쳐진 정부 기념식은 전무하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정부에서 진행하는 보훈관련 기념식은 각각의 지역으로 정해진 사업들이라, 장소를 변경하는 것은 힘들다"고 밝혔다.
세종시에서도 세종국가보훈광장을 무대로 진행한 보훈관련 공식 행사는 없었다. 이날 세종시 ‘6·25전쟁 제74주년 기념식’도 시청 내부에서 진행됐다.
이 같은 정부와 지자체의 외면 속에서 시민들은 세종국가보훈광장의 존재감을 모르고 있다. 중앙공원 내에서 만난 한 시민에게 세종국가보훈광장을 알고 있냐는 질의를 던져보니 "세종에 그런 광장이 있었나요?"라며 되물었다.
세종시에서는 새해벽두, 현충일, 기관장 취임과 연계된 연례행사인 호국영령 참배의 무대도 세종국가보훈광장이 아닌 조치원 소재 충령탑으로 국한되고 있다.
지역의 한 정치인은 "중앙공원 내 세종국가보훈광장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조치원 충령탑에서 참배를 하는 지역 정서를 거스르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6·25전쟁 74주년을 맞아 보훈의 의미가 더해지는 현 시점, 정부 및 지자체가 세종국가보훈광장의 설립 취지를 되새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순열 세종시의회 의장은 "세종국가보훈광장이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며 "보훈관련 행사를 조치원 충령탑과 세종국가보훈광장에서 병행할 필요성도 있으며, 세종시 차원에서라도 광장을 무대로 각종 보훈 관련 행사를 펼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