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전 사기 유죄 이유 고엽제후유증 지원 배제 위법"
기사출고 2024.09.13 08:05
[서울행정법원] 월남전 참전유공자 승소
월남전 참전 이후 부신암을 앓게 된 국가유공자가 28년 전 선고된 사기 유죄 판결 때문에 고엽제후유증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자 소송을 내 이겼다.
1966년 육군에 입영해 66년부터 68년까지 2년간 월남전에 참전했던 A씨는 68년 병장으로 만기전역한 후 1998년 12월 참전유공자로 등록되었다. A씨는 2010년 8월 고엽제후유의증 질병인 '악성종양(부신암)'을 앓고 있다고 신고해 고엽제법에 따라 보훈수혜를 받아왔다. 그러나 약 10년 뒤인 2021년 1월 감사원 기관운영 감사 과정에서 A씨가 28년 전인 1993년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실이 확인되어, 서울지방보훈청이 A씨에게 고엽제법 적용배제결정을 하자 A씨가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행정심판위원회 단계에서 A씨가 범죄에 대해 뉘우치는 정도에 대해 보훈심사위원회의 재심의를 의뢰하기로 조정이 성립해 행정심판 사건이 종결되었다. 그러나 이후 서울지방보훈청이 A씨의 뉘우침의 정도가 현저하지 않다고 본 보훈심사위원회 의결에 따라 다시 A씨에게 고엽제법 적용배제결정을 하자 A씨가 적용배제결정을 취소하라며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소송(2023구단62000)을 냈다.
「고엽제후유의증 등 환자지원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고엽제법)에서는, 고엽제후유의증 환자가 사기죄를 범하여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경우 그를 고엽제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고엽제법에 따라 그가 받을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28조 1항 3호 가목). 아울러 고엽제법은, 고엽제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3년이 지난 때 또는 고엽제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날부터 2년이 지난 때 그의 뉘우친 정도가 현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새로 등록신청을 받아 고엽제법의 적용 대상으로 결정하여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28조 3항).
서울행정법원 이용우 부장판사는 8월 21일 "이 사건은 고엽제법 28조 3항 규정에 의한 '뉘우친 정도가 현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피고가 원고를 고엽제 법의 적용 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거나 형평이나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 "고엽제법 적용배제결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판사는 먼저 "원고가 저지른 특경 사기범죄는 그 범행방법이나 내용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 아니하고 사회적 비난가능성 또한 적지 아니한 것은 사실이나, 고엽제법 제28조 제3항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비록 가볍지 아니한 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위 판결 이후로 발생한 사정들을 고려하여 원고가 범죄 등 반사회적 행위를 저지르지 않고 국민의 존경을 받는 국가유공자 등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면, 여전히 고엽제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위 형사판결이 내려질 당시에 존재하였던 사정들만을 고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또 "고엽제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자를 다시 적용 대상자로 결정하는 요건인 '뉘우친 정도가 현저한지'에 관한 판단은 일률적 · 획일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개개의 사람이 처한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구체적 · 개별적으로 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무엇보다 원고는 피고가 처분사유로 삼은 특경 사기 범행으로 형사판결이 선고된 이후로 이 사건 처분 시까지 28년 이상의 긴 시간이 흘렀고, 위 기간 동안 원고는 별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아니한 것으로 보일뿐더러, 원고는 아파트 파견 경비원으로 약 16년간 근무하다가 2020.경 고령으로 위 일을 그만두게 되었으며, 현재까지 경제적으로 그리 넉넉하지 않은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원고가 살아온 삶의 행적에 의하면, 원고는 형사처벌을 받은 뒤로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나름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자숙하는 삶을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원고는 이 사건 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만 76세의 고령으로서 계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